19세기 후반 미국 노동조합 운동과 파업의 역사

산업혁명과 노동 문제의 심화 –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19세기 후반, 미국은 본격적인 산업혁명을 거치며 공업화가 가속화되었다. 철강, 석탄, 철도 등 대규모 산업이 성장하며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지만,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극도로 열악했다. 대부분의 공장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간씩 일해야 했으며, 임금은 턱없이 낮았고, 작업 환경도 위험했다. 특히 아동 노동과 여성 노동자들의 착취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 시기 미국 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단결의 어려움이었다. 다양한 인종과 계층이 노동시장에 유입되면서 노동자들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이용한 기업들의 분열 전략도 노동운동을 저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자들은 점차 조직적인 저항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산업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형성된 극심한 빈부격차가 있었다. 19세기 후반, 대기업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며 정치권과 유착 관계를 형성했고,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노동조합은 처음에는 지역별, 직종별로 소규모로 결성되었으나, 점차 전국적인 연합 조직으로 발전하며 본격적인 노동운동이 전개되었다.

 

노동기사단(Knights of Labor)의 등장과 성장

미국에서 최초의 전국적 노동조합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단체가 바로 노동기사단(Knights of Labor, 1869년 창설)이었다. 노동기사단은 단순히 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개혁과 노동자 계층의 정치적 권익 확대를 목표로 했다.

노동기사단은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노동운동’을 지향했다. 이는 숙련 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숙련 노동자, 여성 노동자, 흑인 노동자까지 포함한 대규모 조직이었다. 이러한 방침 덕분에 1880년대 중반 노동기사단의 회원 수는 70만 명을 넘어서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노동조합으로 성장했다.

노동기사단의 주요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1. 노동시간 단축 – 하루 8시간 노동제 도입
2. 임금 인상 – 공정한 보수 지급 요구
3. 아동 노동 금지 – 어린이 노동 착취 철폐
4.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 – 산업 재해 방지를 위한 규제 도입
5. 노동자의 정치적 권리 보장 – 노동자를 위한 법률 제정 촉구

하지만 노동기사단은 급속한 성장과 함께 내부 갈등을 겪었으며, 특히 1886년 헤이마켓 폭동(Haymarket Riot) 이후 조직이 급격히 약화되었다. 이 사건에서 경찰과 노동자 간 충돌이 발생하며 폭탄이 터지는 유혈사태가 벌어졌고, 노동운동이 폭력적인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노동기사단은 대중적 지지를 잃었다.

 

미국 노동총연맹(AFL)과 조직적인 노동운동의 확산

노동기사단이 쇠퇴한 이후, 1886년 미국 노동총연맹(American Federation of Labor, AFL)이 창설되었다. AFL은 노동기사단과 달리 ‘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조직되었으며,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목표로 삼았다. AFL의 지도자인 새뮤얼 곰퍼스(Samuel Gompers)는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하며, 기업과의 협상을 통한 현실적인 개선을 모색했다.

AFL은 ‘경제적 요구’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즉,

• 노동시간 단축(8시간 노동제)
• 임금 인상
• 노동환경 개선
• 단체교섭권 확보

등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전개했다. AFL은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타협을 강조했으며, 이는 이후 노동운동의 주류 노선으로 자리 잡았다. AFL은 특정 산업이나 직업군을 대표하는 개별 조합들의 연합체였으며, 이로 인해 보다 강력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노동운동이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대규모 파업이 발생했다. 대표적인 예로 **1894년의 풀먼 파업(Pullman Strike)**을 들 수 있다. 풀먼 철도차량 회사의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높은 생활비로 인해 파업을 단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철도노동자연합(ARU)이 파업을 지지하면서 전국적인 철도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연방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파업을 진압했으며, 많은 노동자들이 체포되고 희생되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와 기업의 탄압 – 노동운동의 도전과 성장

19세기 후반 미국의 노동운동은 성장과 함께 강력한 탄압을 받았다. 정부와 대기업들은 노동조합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첫째, 반노동법과 법적 제재를 활용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 1890)’이 있다. 원래 이 법은 독점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되었으나, 정부는 이를 오히려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데 이용했다. 즉, 노동자들이 단체 행동을 하면 이를 ‘불법적인 경제 방해 행위’로 간주하여 법적 조치를 취했다.

둘째, 사설 경비와 폭력적 진압이 이루어졌다. 많은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막기 위해 ‘핑커턴 탐정사(Pinkerton Detective Agency)’와 같은 사설 용병 조직을 고용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1892년 홈스테드 파업(Homestead Strike)에서는 핑커턴 용병과 노동자들 간의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는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셋째, 노동자 내부 분열을 조장했다. 기업들은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파업파괴자(Strikebreaker)’를 고용하거나, 노동자들 간의 인종적·계층적 갈등을 조장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이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은 점차 힘을 얻어갔다. 19세기 말, AFL은 수백만 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성장했으며, 노동권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 요구가 꾸준히 이어졌다. 이후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노동운동은 더욱 조직화되었으며, 이는 1930년대 뉴딜(New Deal) 정책을 통해 노동권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19세기 후반 미국 노동조합 운동과 파업의 역사는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한 과정이었다. 노동기사단과 AFL의 성장은 노동조합이 산업화 시대 노동자들의 필수적인 보호 장치로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와 기업의 강력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은 점진적으로 발전하며 미국 사회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현대 노동법과 노동권 확립의 기초가 되었으며, 이후 미국 노동정책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